마지막 소망을 들어주는 희망의 의료 『웃으며 죽을 수 있는 병원』

 

책 속에는 일본 가나자와시 죠호쿠 병원에서 웃으며 죽음을 맞이한 여섯 명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웃으며 죽을 수 있는 병원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질병 치료만을 목표로 한다면 의사는 아마도 너무 괴로운 사람이 될 겁니다. 치료가 가능한 병이 얼마나 될까요? 의료로 가능한 것이 한계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의사로선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사실 저뿐 아니라 대체로 다 알고 있습니다. ... 최종적으로 환자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이 의료인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목적을 둘 것인가, 역시 살아 있는 순간의 환자분 바람을 들어 드리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겁니다. 이곳은 그런 의미를 두고 실천하는 병원이어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람을 느끼면서 목적의식을 갖고 근무하게 됩니다." _나카우치 요시유키(죠호쿠 병원, 의사)

 

완치나 생명연장에 집중하기보다 ‘살아 있는 순간'에 집중한 것이 바로 임종 직전의 환자들이 웃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죠호쿠 병원의 비법이었다. 죠호쿠 병원에는 '행차'라고 이름 붙여진 독특한 행사가 있다. 말기 환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임종 직전일지라도 의료진과 함께 자기 집 정원에 다녀올 수 있고,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있다. 생맥주를 마실 수도 있고, 단풍놀이를 다녀올 수도 있다.

죠호쿠 병원에서는 60여 년 전부터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를 실천해 왔다. 간호사와 직원과 의사는 환자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긴다. 환자는 이 놀라운 서비스에 대해 전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일부러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여 행차에 참여한다.

 

“저희,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진은 매일 환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서 진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거나 약간의 인력이나마 더 보탤 수 있다면, 환자분들의 희망을 들어 주는 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행차’는 그런 후회하는 심정을 반성하면서 생각해 낸, 현재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입니다.” _오오노 겐지(죠호쿠병원, 원장)

 

죠호쿠 병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시로가네 진료소’는 1949년에 시민들의 출자금으로 개원하였다. 1962년에 27병상을 시작으로 조금씩 병상을 늘려서 (책을 펴낸 2009년 당시엔) 314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죠호쿠 병원은 협동조합 병원은 아니지만 지역주민과 함께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나자와 건강친구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서 병원 운영에 협력하고, 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도 하고, 건강교실도 열고,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 시스템을 점검하고, 운영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 공공성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일본사회에서 죠호쿠 병원이 지금까지 '행차'라는 멋진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의료진과 주민의 촘촘한 협동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일본의 의료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들었다. 죠호쿠병원은 요즘 어떤 모습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 10년후, 우리 조합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마지막 소망을 들어주는 희망의 의료 『웃으며 죽을 수 있는 병원』

TV가나자와 지음, 박찬호 옮김, 건강미디어협동조합 펴냄

 

_2020년 5월, 의료조합 일꾼 보루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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