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1년도 의료조합과 함께 건강하고 화목하시길 기원합니다. 정관 제27조에 따라 아래와 같이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합니다. 6차 정기총회는 임원을 선출하는 안건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관과 임원선거규약에 의거하여 총회 공고와 함께 임원선거를 공고하고, 입후보자 등록서류를 안내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대면 행사 제한 지침,조합원 의견수렴과 이사회 결의를 바탕으로 6차 정기총회는 서면 결의를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한자리에 모여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힘차게 출발하지 못하는 상황이 몹시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건강과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 6차 정기총회 개최 안내
서면결의서 회신 기한 : 2021년 3월 27일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2021년 3월 27일 토요일 오전 10시, 조합 사무실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정기총회를 진행합니다.
+ 임원 후보가 확정되면, 자료집과 서면결의서, 선거공보와 투표지를 우편과 인편으로 3월 16일 에 발송할 예정입니다. 서면결의서와 투표지 회신기한은 3월 27일(토) 오전 10시까지 입니다만 가능한 26일 이전에 조합 사무실 또는 우리동네의원에 제출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무실에 방문하셔서 직접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우편으로 보내주실 경우엔 3월 26일까지 도착해야 합니다)
2021년 홍성우리마을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임원선거 공고
홍성우리마을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정관과 임원선거규약에 의거하여
아래와 같이 임원선거를 공고하고, 입후보자 등록서류를 안내합니다.
아 래
○ 선출 임원과 정수 : 이사 9명, 감사 2명
○ 선거인의 자격 : 3월 8일을 기준으로 하여 조합원인 자
○ 선거일과 장소 : 2021년 3월 27일(토) 오전 10시 의료조합 사무실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선거일과 장소는 변동이 될 수 있습니다)
○ 후보등록기간 : 3월 10일(수)~15일(월)
○ 후보자의 제한사항 : 정관 제44조(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
○ 임원 후보 등록 서류
① 임원 입후보자 등록신청서 - 첨부서류: 이력서, 주민등록등본 1부, 명함판 사진 1부 ② 임원 입후보 추천서(조합원 10명 이상의 중복되지 않은 추천) ③ 임원 후보 승낙서 ④ 조합원 확인서 ⑤ 서약서 ⑥ 결격사유 조회 동의 및 범죄경력조회동의서 및 위임장 임원후보 등록서류와 선거인 명부는 의료조합 사무실에 비치해두었으며, 임원후보 등록서류는 의료조합 밴드에서도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2020 충남사회적경제 한마당, 도지사콘서트에서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요. 시작 시간을 맞춰 놓은 영상에는 '의료조합 소개와 농촌지역 의료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조합의 제안'이 담겨있습니다. 내용이 길지 않으니, <방구석 1열> 조합원 교육이라고 생각하시고 잠시만 시간을 내어 살펴주시길 부탁드려요. 유투브 영상으로 보셔도 좋구요, 글로 보는 것이 편하신 분은 아래에 덧붙인 내용으로 살펴주세요. (글에는 행사현장에서 못다한 이야기도 함께 담았구요, 밑줄을 그어 표시했습니다.)
(영상 또는 내용을 보시고) 의료조합의 제안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이디어와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Q. 주민들이 주인이다. 그럼 과잉진료 등 우려지점은 해소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외에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최문철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세부 운영현황을 간단히 들어보겠습니다.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은 562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민조직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우리동네의원은 조합원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가정의학과 의사가 매일 상주하는 1차의료기관이고요, 물리치료실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의료조합의 특징은) 주민들이 의료 소비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문가와 협동해서 적극적으로 자신과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주체가 되어간다는 것이 일반 병원과 다른 지점입니다.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요, 질병 예방활동과 건강 증진활동들도 1차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걷기모임이나 허리건강실천단처럼 운동모임을 조직하기도 하고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 맞춤형 건강교실을 열기도 합니다.
뿐만아니라, 조합원들중에 요가나 몸살림, 태극권이나 침뜸, 동종요법과 비폭력대화 등을 잘 아시는 생활건강의 달인들이 이웃 주민들에게 '자신을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알려주는 생활건강교실을 열기도 합니다.
고령화와 노인돌봄은, 의료조합을 창립할 때부터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그동안의 고민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1차의료와 마을복지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장점을 살려서 케어팜, 우리 말로 농장 형태의 돌봄공간을 만들 계획이고요.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들을 차근차근 덧붙여 나갈 예정입니다.
농촌 지역주민들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기관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필요한 의료기관이 멀리 떨어져있는데, 교통마저 불편하기 때문이죠. 중증질환을 감당하는 대형병원이 가까이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농어촌 주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1차 의료기관이 가까이에 있는 것입니다.
아플 때만 찾는 곳이 아니라 아프지 않게 미리 살펴주고, 아플 때는 가까이에서 의지가 되어주고, 필요한 경우에는 2차 병원을 연결시켜주고, 퇴원해서 돌아오면 지역에서 다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말그대로 동네의원이 필요한 것이죠.
농어촌지역 보건의료계획을 살펴보면, 주로 의료원같은 2차 병원이나 응급실 운영에 대한 내용에 집중되어있습니다. 물론 보건소와 지소, 보건진료소가 구역별로 설치되어 있지만 대체복무로 잠시 다녀가는 공중보건의만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필요를 다 채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봅니다
농촌의 인구감소와 의료복지, 그중에서도 노인돌봄. 누가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사자와 주민조직, 의료기관과 돌봄기관, 지자체와 공공이 모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혁신해야만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에게 노인돌봄은, 분명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거에요. 농촌 인구가 점점 더 줄어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그나마 비빌 언덕이었던 마을공동체도 더 이상 의지할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농촌은 지금 농촌 공동화가 진행되어 소멸될 것이냐, 아니면 농촌 공동체로 다시 거듭날 것이냐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농촌의 의료복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저희처럼 주민 가까이에서 일차의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시장논리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전직원이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고, 사회적기업 재정지원과 지역주민의 후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적은 인구와 불편한 교통'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는, 조합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농어촌 면단위 동네의원을 지원하는 선도사업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충남형 노인주치의사업 또는 농촌형 마을주치의사업을 시작하고, 일차의료 중심으로 농촌의료체계가 개편되기를 바랍니다.
법적으로 의료기관은 차량운행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역사회통합돌봄 활성화 시범사업중에서 차량지원을 지원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면단위 교통체계를 혁신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고요, 한시적으로 사회적가치를 인정 받은 동네의원들의 경우에 한해서 차량운행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대안으로, SK사회성과인센티브처럼 사회적가치를 발굴해서 보상해주는 체계가 도차원에서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소수의 심사위원이 사업계획서를 살펴서 지원사업을 선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잖아요. 만약, 사회적가치를 지닌 다양한 활동들이 자발적으로 시작되었고, SNS등을 통해 그 과정과 결과들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면, 이런 기록들을 전문가들이 살펴서 발굴하고, 주민투표과정을 거쳐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방식은 어떨까요? 투명하고 합리적이면서,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의료기관의 영역에서는, 주민참여형 보건소나 오래 근무할 수 있는 봉직의를 채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요.
농촌 읍면에 소재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만성질환관리사업, 왕진사업, 장애인주치의 등의 1차 의료 사업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이런 사업들은 도시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왕진 조건만 봐도, 도시와 농촌은 거리와 시간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추가 예산을 지원하더라도, 이런 사업들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면 농촌에서는 더 큰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귀한자리이니 만큼, 지자체와 공공의 혁신도 짧게 덧붙이자면 현재 다양한 부처에서 비슷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모든 사업들이 결국에는 주민의 입장에서 최대한 통합되고 조율되기를 바랍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역사회통합돌봄은 시군구가 아니라, 읍면동을 기본 단위로 삼아 1차의료를 중심으로 진행되기를 바라고요, 더 작은 단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민당사자이자 의료기관인 의료조합의 대안을 말씀드리자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과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을 촘촘하게 연결된 그물망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주민조직이 가진 협동의 힘을 바탕으로, 1차의료와 마을복지를 결합하고, 농업과 마을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을공동체성을 되살리는 것이 바로 우리 의료조합의 목표이자 대안입니다. 의료조합이 만능 키는 될 수 없겠지만, 지속가능한 마을을 유지하는 촉매역할은 꼭 해내고싶습니다. 응원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의료조합이란, 마을주민과 의료인이 협동하여 우리가족과 이웃의 건강, 생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협동조합입니다. 마을주민들이 협동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다양한 보건예방활동, 건강증진활동, 소모임 활동 등을 통해 건강한 주민 공동체를 지향하는 자율적인 주민자치조직입니다.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은 이름처럼 충남 홍성군 홍동면 금평리에 작은 의원을 사업소로 두고, 홍성읍과 홍동면, 장곡면 일대에 사는 조합원들과 함께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입니다. 처음 시작은 생활의학배움터라는 학습모임이었습니다. 당시 옆 동네 공중보건의로 온 (현재 우리동네의원의 원장인) 의사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응급처치와 병원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의사 선생님>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고, <면역력슈퍼처방전>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었지요. 생활의학배움터를 시작한 2011년 늦겨울부터 2015년 5월 의료조합 창립총회까지 만 4년 동안 10번의 열린 모임과 34번의 크고 작은 건강모임, 71번의 준비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간의 활동들은, 덮어두었던 필요를 꺼내서 이야기하고, 흩어져있었던 염원들을 모아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긴 시간동안 차근차근 쌓인 배움과 관계들 덕분에, 그동안 간절하게 필요했지만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작은 면단위에서 의료조합을 창립하고 동네의원을 여는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의 역사
준비기간의 활동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2012년에는 4개월간 주말마다 건강상담소를 열었습니다. ‘협동으로 건강마을 만들기, 우리마을에 의료생협이 생긴다면’이라는 주제로 농민의원으로 유명한 안성의료생협의 사례를 듣기도 했습니다. 2013년에는 의료생협연합회(지금은 의료사협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건강공동체 '의료생협이야기', ‘우리가 원하는 의료생협은?’ 주제로 열린 모임을 여러 차례 가졌습니다. <EBS 다큐프라임_행복의조건, 복지국가를 가다. 의료편>을 함께 보면서, 의사가 온천에서 쉬라는 휴양처방을 내리면 공공재정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봄에는 건강한 다이어트 모임 <건.살.구 8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장곡면, 홍동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우리 아이의 몸에, 아주 천천히 독이 쌓이고 있다>는 책을 함께 읽으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4년에는 건강한 겨울나기 프로젝트로 ‘더 이상 작심삼일은 없다. 건강실천단’를 꾸려서 겨울동안 집중적으로 건강증진 활동을 함께하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한약채식여행>을 쓴 이현주 한약사를 모시고 “제철채식이 보약입니다”라는 건강강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의료조합을 여는 과정은 크게 보면, 지역주민들이 모여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활동과 협동조합 창립 준비를 병행하는 활동이었습니다.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조합을 창립하는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연구실행모임을 꾸려서 다른 의료조합의 사례를 살펴보고, 설립을 위한 자료를 챙기고, 청사진을 그리며 창립계획을 세워나갔습니다. 주민설명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돌봄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지역건강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하고, “농촌형 의료조합, 몸+마음+관계의 건강, 아픈 사람과 관계가 마을의 중심”이라는 중요한 열쇳말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의원을 열게 된다면 어디에 개원하고, 조직의 모양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지가 중요한 고민이었습니다. 사업성을 생각하면 읍이 낫고, 개원 과정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개인사업자로 의원을 열고 지역조직이 뒷받침하는 관계를 가지고 가는 것도 수월한 방법이었습니다. 의원의 위치는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고려하여 읍이 아니라 면소재지에 열기로 했습니다. 개원 방식은 어떤 이유에서든 의사가 일을 그만하게 되면 아무 것도 지역에 남지 않을 수 있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원보다는 조합이 낫다고 판단하여 협동조합으로 매듭지었습니다.
오랜 논의와 모임을 거쳐 2014년 4월, 발기인 30명이 모여 발기인 대회를 열었습니다. 채승병, 박완, 주형로, 주정민 4인의 공동대표가 세워지고 실무팀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실무를 준비하던 강영실, 최문철은 채승병 공동대표와 함께 53년 역사를 가진 일본 미나미의료생협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7만 3천 조합원과 7층짜리 종합병원 규모에 놀라고, 지역사회와 밀착된 모습에 크게 놀랐습니다. 노인, 장애인, 지역주민을 위한 크고 작은 다기능 복합 돌봄시설들을 돌아보면서 ‘모두가 달라서 모두가 좋다’는 가치와 ‘한 사람 한 사람이 빛나는’ 의료생협을 만들겠다는 조합의 의지가 사업소 곳곳에 고스란히 배어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연수를 마치면서 “협동이면 못하는 게 없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협동뿐이구나! 조합원이 원하는 것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구나.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소회를 밝혀주신 채승병 공동대표는 이후에 의료조합의 이사장님이 되었지요.
발기인대회를 하고 1년의 준비를 더 거친 후 2015년 5월, 드디어 의료조합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설립요건을 충족하는 325명 조합원에 4,100만원 출자금으로 출발했지요. (3년이 지난 최근 2018년 11월에는 조합원 562명에 출자금 9,800만원이 되었습니다.) 이사진은 농민과 주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조합 설립을 위해 오랜 준비기간을 다져온 덕분에 동네의원은 3개월이라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개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사들이 (실제로) 팔을 걷어 부치고 의원공사에 나선 덕분이기도 하지요. 같은 해 8월,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진료와 약을 담당하고, 물리치료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는 우리동네의원이 금평리 마을회관 앞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쯤에서 조합원들이 공들여 다듬고, 창립총회에서 함께 낭독한 조합 정관의 전문을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의료조합을 만든 이유와 지속해야 할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충남 홍성의 작은 면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는 우리들은 일찍부터 협동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고민하였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농촌 고령화와 공동화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큰 걸림돌이다. 전문가, 자본 중심의 기존 의료 체계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건강한 삶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은 우리 지역 주민의 삶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마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질병의 치료를 넘어 몸, 마음, 관계의 평안을 돕겠습니다.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인 것처럼,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우선하겠습니다.
의료조합 창립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마을의 어른이신 홍순명 선생님께서는, "예전부터 한 마을이 잘 되려면 교사와 농민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생활의 바탕이 되는 농업과 새로운 세대를 기르는 교육에 더불어 전 세대를 보듬는 의료가 지속가능한 마을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말씀이시겠지요. 돌아보면 홍동 장곡 지역주민들은 농업과 교육의 난제들을 협동으로 풀어낸 크고 작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 덕분에 남아있던 큰 숙제인 의료와 복지문제도 협동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을 설립하고 의원을 연 다음 해인 2016년의 목표는 ‘천 명이 모이는 조합’과 ‘천 명을 돌보는 의원’이었습니다. 의원 차트번호 천 번을 넘겨보자, 이사회와 건강교실, 조합원 소모임의 누적인원을 다 더해서 1년 동안 1,000명이 모이는 조합을 만들어보자는 목표였습니다. 도시 기준으로 보면 매우 소박한 목표겠지만, 농촌에서 천 명이 모이고, 천 명을 돌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조합모임 누적인원 975명에, 동네의원 차트번호 1122번으로 겨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으니까요. 참고로 당시 홍동면 인구는 3,500여명으로 기억합니다.
2017년 목표는 ‘두 바퀴로 가는 의료생협’이었습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조합과 마을 주치의라는 기본에 충실한 의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2018년 목표는 ‘우리의 내일을 준비하는 의료생협, 주치의로 한 걸음 다가가는 동네의원’입니다. 이를 위해 노인돌봄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마을복지위원회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봄에는 (동네마실방 뜰에서 맥주를 마실 때마다 적립되는) 마을 기금의 도움을 받아 어르신 문화교실을 열었고, 가을에는 공익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마을 주민들과 공간들을 연결하여 어르신들을 위한 낮돌봄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하였습니다.
마을복지위원회에서는 농촌복지에 대한 다양한 보고서와 연구자료, 책, 기사들을 살펴보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관련 연구자를 초청해서 강연을 듣고, 지역 복지관계자와 면담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중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연결되어 활용되고 있는지, 불필요한 낭비와 사각지대는 없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의료조합이 우리 지역의 의료복지 문제를 직접 나서서 모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역주민의 필요를 자세하게 살피고, 다양한 자원을 적절하게 연결하고, 정책과 시장에서 소외되는 부분을 챙겨야 한다는 중요한 실마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실천의 하나로 노인 주민들의 필요를 살펴볼 수 있는 질문지를 만들었고, 이번 겨울 농한기동안 지역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동네의원과 의료조합의 의미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병원 전문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가까이 지내는 동네주치의가 있다면 보다 전인적인 진찰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싸고 어려운 검사를 받기 전에, 일상을 살펴서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요. 마찬가지로 일상을 보살펴서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1차 의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동네주치의를 통하면 과잉진료 대신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과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적정진료, 가까운 진료만큼 중요한 것이 평소에 건강을 증진하고, 미리미리 예방하는 활동입니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혼자서는 사방팔방의 일을 다 해결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는 조합원들의 협동이 있다면 그만큼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과 관계를 건강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치의와 좋은 이웃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2014년부터 시작한 허리건강실천단이 좋은 예입니다. 우리동네의원 물리치료사와 동네 할머니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여농센터에서 만나 허리운동을 하는 모임이지요. “혼자서는 안 돼. 운동은 무조건 같이 모여서 해야 혀”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들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서로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다지는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고 계십니다. 아무리 큰 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마을공동체 안에서 활발하게 공유되었던 좋은 시절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난다면 아마도 자조자립과 상부상조의 정신이 살아있는 협동조합 안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농촌의 내일과 의료조합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마을'이 점점 더 큰 화두가 되어가는 것은, 실은 우리의 마을들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은 실제로 소멸의 과정을 달리고 있습니다. 홍동면은 비교적 귀농귀촌이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가 혁신하면서 학생 수가 부쩍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인근 지역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고령인구의 양극화, 빈곤율, 자살률은 어떨까요? 젊어서 가난한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가난합니다. 2016년의 전체 빈곤율은 16%인데,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6.9%입니다. 충남의 노인자살률은 몇 년째 1위인지도 모를 만큼 오래되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힘을 모아 의료조합을 만들었지만, 스러져가는 농촌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거대한 협동이 필요합니다. 지역주민 당사자들의 소소한 협동에 부응해서 지역 사회와 지자체가 칸막이를 허물고 협동하지 않으면 농촌 공동체가 아니라 농촌 공동화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노인과 장애인이 살기 좋은 마을은 여성과 아이는 물론이고 젊은이를 비롯한 모든 주민들에게도 살기 좋은 마을이 되겠지요. 살기 좋은 마을이란 어떤 마을일까요? 의료와 교육, 문화, 복지, 생산과 소비가 맞물려 있는 물통에서, 삶의 질이라는 수위는 최소의 법칙에 따라 가장 낮은 영역이 결정하게 됩니다. 4년 전 창립총회에서 낭독한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인 것처럼,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우선하겠습니다.’라는 정관 전문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합니다.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이 지속가능한 마을을 담보하는 만능키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이 살만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낮은 수위를 높여주고 보살피는 일을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가까운 이웃들에게는 협동과 참여의 손길을, 멀리 있는 이웃들에게는 응원과 지지의 손길을 부탁합니다.
+ 최문철. 동네에서 털보 또는 보루라고 불린다. 충남 홍성 풀무학교 생태농업전공부에서 농사와 마을살이를 배우다 이 마을에 눌러 앉았다. 꿈이자라는뜰에서 마을교사와 농장일꾼으로 일하다가, 홍성우리마을의료조합 사무국장 일에 양다리를 걸치면서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지난 9년 동안 살펴온 장애와 농업의 연결을 발판삼아, 앞으로도 농업+농촌+농민과 돌봄의 연결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 이 글은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펴낸 『마을독본』 4호에 보낸 글입니다. 4호의 특집주제는 “마을공동체복지 : 요람에서 무덤까지, 농촌복지의 길”이었습니다.
우리조합은 '돈이되는돌봄'을기획하고소비하는방식을넘어서보고자합니다. 운영에필요한수익을내면서, 동시에조합원이 꿈꾸는 8가지 돌봄의 모습을 협동조합 답게, 바로 조합원 여러분과 함께실현해내고싶습니다.
돌봄공간을설계하고돌봄서비스와활동을기획하는과정, 이를실현하고운영하는과정에는반드시조합원여러분의참여가필요합니다. 앞으로도계속해서의견과아이디어를나눠주세요. 경험과전문성을더해주시고, 재정후원과일하는손을보태주세요. 꿈같은 돌봄(공간)을 앞당겨 실현하고,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조합원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세요. 협동!